물고기 제조업 일지 1
물고기 제조업 일지 1
결국은 이번에도 물고기 제조업을 하게 되었다. 한번 했던 일은 안하려고 생각했었는데...
딱히나 일자리를 구한 것도 아니고 돈에 대한 압박은 심해지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나 할까 어쩌면 게으름이 가장 큰 탓인지도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잉어빵 얼마에요?"
"네마리 천원입니다"
"두마리만 먹어도 되죠?"
"네"
중년을 넘어선 듯한 아주머니 한분이 그렇게 잉어빵을 먹으면서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은행나무 단풍이 너무 좋아서 걸어서 가는 중이라면서...통화가 끝나고 휴대폰으로 구워 놓은 잉어빵을 찍으면서
"참 옛날 생각나서 가다가 왔어요"
"블로거 하시나봐요?"
"네"
"젊게 사시네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에요"
그녀의 모습이 당당해 보여서 기분이 좋았다. 어쩌면 나이는 정말이지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open mind를 가지면 더욱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진다. 젊다는 건 무엇인가 새로운 것에 부딪힐 수 있는 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니...
"생각 중이었어요"
"무슨 생각을 하셨는데요?"
문득 내가 그녀의 생각을 물어본다는 게 어색한 물음이 아니든가 하는 자문을 하게되었다. 그녀의 생각은 그녀의 것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그 물음이 나와버린 것이다. 이미 쏟아버린 말을 주워담을 수는 없는 것.
"이 일을 오래할 얼굴 같지는 않은데...어떤 사연이 있나 해서요. 그걸 생각 중 이었어요"
그 얘기를 하면서 그녀는 아주 찰나에 나를 살펴 보았다. 그리고 '이런 일을 할 얼굴이 아닌거 같은데' 라는 문장을 아주 부드럽게 바꾸는 게 눈에 보였다. 그녀의 생각이었으니 그저 웃음으로 답할 뿐 별달리 말을 하기가 힘들다.
"글이나 사진 찍으시나봐요?"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는 그녀에게
"블로거하면 보통 글이나 사진들 많이 올리잖아요"
"둘 중에 하나 해요. 이렇게 잉어빵을 팔면 이야기꺼리가 많겠어요. 사람들을 많이 만나니..."
"네, 그렇죠"
그리고 잘 먹었다며 그녀는 그녀의 가던 길을 간다. 천원어치 잉어빵을 더 사서 딸아이에게 줘야겠다며...그녀가 떠나고 나자말자 "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눈치챌 수 없는...
이야기꺼리가 많겠다는 그녀의 말이 떠올라 이렇게 물고기 제조업 일지를 적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