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런두런

성년 후견인 청구를 마치고

황새울 2021. 12. 29. 22:47
성년 후견인 청구를 마치고
 
이래저래 생각이 많다.
 
물론,
청구를 한다고 해서 다 성년 후견인이 되는 건 아니다.
 
지난했던 과정과 법에 대한 무지함 그리고 돈이 되는 법(法)
또한 아무도 가보질 않았던 그 길,
한때 유행했었던 이문열의 이름모를 단편에서
법(法)은 시간으로 조진다고 했든가 ,
전태일 형님이 얘기했다던
'나에게 한명의 대학생 친구가 있었다면 좋겠다' 를
나에겐 한명의 법조인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얘기하고 싶어질 정도였으니
 
엄마가 뇌동맥류 파열로 식물인간이 되어버리고
엄마가 들어놓은 보험금 신청을 하는 순간
법의 영역에 들어서기 시작한다.
머리털 나고 처음 들어본 후견등기사항부존재증명서
이건 뭥미?
후견등기사항부존재증명서를 가정법원에서 떼기 위해선
가족관계증명서(상세)가 필요한데
이건 또 뭥미?
보험상담직원과 얘기를 해봐도 돌아오는 말은 조항이 그렇다이다.
뇌동맥류 파열로 식물인간이 되어버렸는데도
그러한 조항은 보험 어디에도 없고
법적 서류가 필요하다는 거였다.
 
그렇게 보험금이 엄마의 통장 계좌로 입금되고
잠겨있는 엄마의 통장 계좌를 열기 위해 은행으로 가니
은행이 요구하는 것은 후견등기사항증명서, 대리권등목록,
심판결정문, 확정증명원이라는
머리털 나고 듣도보도 못한 서류를 요구하였었다.
 
모든 화살표는 성년후견인으로 항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었다.
 
성년 후견인 제도는 무엇인가에 대해 인터넷에 찾아봐도
제대로 이해가 되질 않아 법률구조공단까지 갔었지만
그의 얘기는 인터넷에 다 나오는데...였다.
그리고 법무사 사무실에 가시면 됩니다...였다.
법무사에게 가면 돈이 들지 않냐고 했더니 그렇단다.
그가 입으로 얘기해주는 필요 서류를 일일이 다 적으며
공무원들 참 편하게 사는구나라는 생각이 듬과 동시에
한때 법무사 사무실에 일했던 후배가 생각나서 전화해보니
이 친구는 그 영역이 아니란다. 그 때 깨달았다.
 
세상을 다 알 수가 없다는
세상을 헤쳐나가기엔 혼자가 정말 외롭다는
세상은 그렇게 영역이 지어져있다는
그리고 세상은 공짜가 없다는
 
그렇게 서류를 준비하고
가정법원에 가서 성년후견인 청구 서류를 받아드니
공무원이 하는 말이 잘 모르시면 법무사에게 물어보시면 됩니다...였다.
법무사에게 물어보면 돈이 들지 않나요? 하니
당연하다는 듯이 돈이 든다고 한다.
보험금이 얼마나 나왔는지도 모르는 판에
100여만원이나 들어가는 법무사에게 돈을 낸다는게 가당찮아
시간이 남아도는 내가 다 하리라는 꿈을 꾸었었다.
 
그렇게 가정법원에서 서류를 작성하다가
첨부서류에 개인신용조회서가 떡하니 있는거다.
이건 또 뭥미?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서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이건 또 웃기지도 않는 현실이 눈앞에 닥쳤다.
개인신용조회서를 떼기 위해
한국신용정보원(크레딧포유)에 접속해야하는데
여긴 또 인터넷 익스플러러로만 접속해야되고
프린터가 있어야 한단다. 가상프린터는 안되고 복사도 안되는...
이건 무슨 개지랄이여
그렇게 동생에게 프린터를 들고 오라고 하고
그렇게 서류를 준비하고 다음 날에
이번엔 개별공시지가확인서가 눈에 떡하니 띈다.
이건 또 뭥미?
실거래확인서로도 대체가 된다고 하여 부동산에 가서
뗄 수 있냐고 물어보니 그건 떼줄 수가 없다가 한다.
당연히 실거래가 없었으니 남의 것을 떼줄 수가 없다는...
공인중개사가 하는 말이 구청에 가보라는 말을 해서
그렇게 시청에 가니 시청 공무원이 무인지급기로 안내해주면서
개별공시지가확인서를 클릭해주었었다.
 
그렇게 한권의 책으로도 만들 만한 서류들을 들고
가정법원에 가니 공무원이 하는 얘기가
송달료 납부하고 영수증 갖고 오란다.
그렇게 은행에 가서 송달료 납부를 할려는데
은행 직원 왈
'이 법원이 맞으신가요?' 라는 말에
공무원이 준 서류에 서울가정법원 귀중이라는 글귀가 생각나서
이렇다 하니 그러면 안된다. 법원마다 계좌가 틀리다.
확인하셔야할 거 같다 얘기해서 다시 공무원에게 가서
이 법원이냐 저 법원이냐 물으니
설마 그럴리가요 이 법원이죠 라며 말한다.
그래서 복사해준 서류를 들이미니 확인해야겠다며
키보드를 다닥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공무원들 정말 편하게 사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나는 그 공무원에게서 '미안합니다' 라는 얘기를 듣질 못했다.
어쩌면 내가 모질지 못해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세상은, 어쩌면 지 꼴리는대로 사는거니까
 
그래서 이래저래 생각이 많다.
내 꼴리는대로 살았어야하는건데
 
나는 왜 詩를 좋아했을까?
내 꼴리는 글을 썼어야하는건데
인류니 생명이니 지구니 라는 개지랄을 썼을까?
 
나는 무엇을 할까?
내 꼴리는 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