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라이더의 일지
어느 라이더의 일지
벌써 배민 커넥터를 한 지가 4개월 3주차에 접어들고 있다.
오늘 저녁시간대에 골목길에서 차와 부딪혀 죽을 뻔 했다. 골목 모서리에 세워진 트럭을 돌아 진입하는 순간 승용차가 떡하니 있는게 아닌가. 브레이크를 잡는다고 잡았는데 그 때 심정은 '와 좆됐다' 였다. 다행히도 50cm 정도의 간격으로 상대차와 내가 멈췄다. 미안하다는 표시로 한손을 들어보이고 그렇게 지나왔다.
픽업 가게로 가야하는 진입골목을 놓치고 한참을 내려가다 우회전해서 골목을 진입하여 골목길을 돌다가 일어난 일이었다. 애시당초 맵을 확인할 때 plan B를 고려하지 않은 게 문제였다. 진입골목을 놓쳤을 때 다음 골목에서 진입하여 픽업가게로 갈 수 있는 수를 생각했어야했는데 ...
점심 시간대도 오배달로 인해 정정배달했었는데, 엉뚱한 옆 아파트에 배달해서 센터에서 연락왔었다. 다행히도 고객이 괜찮다며 받아줘서 한시름 놓았는데 현관문 너머에 고객의 어머니가 고래고래 머라카고 있었다. 새로 시키지 왜 그걸 받냐 아파트 명 제대로 쓴거 맞냐 등 나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어먼 고객이 잔소리를 듣는게 마음 한켠이 찌리하였었다.
그렇게 차에 부딪혀 좃될뻔한 픽업을 끝내고 아파트 단지를 나오는데 닭꼬치 트럭이 있길래 고민하다가, 그래 오늘은 여서 운행종료하자라며 닭꼬치를 사와서 소주 한잔 마시며 이렇게 글을 남기고 있다.
길바닥 인생은 한순간의 실수로 목숨을 내놓을 수도 있고 화려한 도시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화려한 도시의 이면, 그 숨겨진 민낯을 보기도 하며 처절하리만치 서글픈 인생을 목격하기도 한다. 그리고 라이더는 지구상 최초로 ai가 통제하는 인간형일 것이다. ai에게 거절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그것 외에는 가라는 곳으로 간다. 거기다가 배달비 더 얹어주면 왠간하면 간다.
4개월을 넘어서니 이런 생각이 든다. 하루 폭주해서 밤 12시 넘어까지 하고 다음날 비리비리하게 오후에 일어나서 일하니 차라리 적당하게 꾸준하게 하자는 생각 말이다. 8시간 5일, 주 40시간을 표준으로 삼아야겠다. 사실 주 40시간 일한 적도 별로 없지만...
오늘 노옥희씨의 사망소식을 브라더에게 들었다. 어찌 이렇게 일찍 가시는가
노옥희 울산교육감을 애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