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런두런

아름다운 회항이 있었다고 한다.

황새울 2005. 8. 31. 15:19


어제 아름다운 회항에 대한 뉴스를 접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또 어떻게 보면 아름다운 일이기도 했다.
10년전쯤이었다면 과연 회항이 가능했을까?라는 생각을 한번 해본다.
그것도 기장이 그리고 승객들이 회항이라는 단어자체를 생각해낼 수 있었을까라고.
현재에 살고 있는 우리가 어쩌면 아주 행복한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기장이 그리고 승객들이 회항이라는 단어를 잘 생각해내었고
또한 생명가치의 중요성들을 너무나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금의 시대에도 시민의식은 발전해나가고 있다는 산 증거일 것이다.
물론 그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분명한건 느리더라도 전진해나간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게 떠올랐다.
어느 매체에도 그 유명대학 의사가 나타나지 않는다.
사실 기장과 승객들도 중요한 결정을 내렸지만
그보다 더 환자를 진료하고 응급조치한 의사의 조언이 더 비중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매체에서 전하는 바로는
어린 아이를 응급조치한 후 스튜디어스에게
어린 환자도 급하지만 그 아이의 어머니가 더 걱정이라며 회항을 해야한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만약 그러한 상태에서 12시간의 비행을 했었더라면
어린 환자도 걱정이었겠지만 그 어머니의 심리적 육체적 스트레스는 어마어마 했을 것이다.
눈에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그 심리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미리 인지하고 조언을 한 그 의사가 어쩌면 진정으로 아름다운 의사일지 모른다.
그런데 그 의사는 왜 나타나지 않았을까?
어쩌면 의사로서 당연한 일을 했다고 생각했기에
굳이 매스컴에 나올 필요가 없다고 느꼈었는지 모른다.

언젠가 후배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몇년 전에 경기도 어디에서 유명한 정신과 병원에 화재가 난 적이 있었다.
그 병원의 원장은 한국에서 정신질환에 1인자에 가깝다고 한다.
그 원장은 화재 당시 소방관들도 쉽사리 뛰어들지 않는 화재 현장으로
뛰어들어가 직접 환자들을 들쳐업고 나왔다고 했었다.
그 와중에 원장도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고 한다.
그 후로 환자들에 대한 보상과 얼굴 화상 그리고 여러 일로 인해
경남 어느 병원에 조용히 의사로 지내고 있다고 했다.
조금 대인 기피증을 보이면서.
그때 이 얘기를 들으면서 많이 놀랬다.
자신의 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구하기 위해 불속으로 뛰어들었다니
정말이지 상상하기 힘들었다.

어쩌면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지만
그 중 알려지지 않은 선인들이 그래도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이번 아름다운 회항에서 그 의사도 그런 류의 선인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