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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그들과의 반나절 #1

황새울 2006. 1. 24. 00:48
그린피스, 그들과의 반나절

#1

봄이 흔들리는 나뭇잎마냥 여름과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5월달에
그들이 울산에 왔다는 소식을 아버지에게서 들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그들이 4월달에 한국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리고 얼마지않아 tv의 지방 뉴스에서도 접하게 되었다.
울산시에서 퇴거명령을 내렸다면서.
우연찮게도 그때 내가 읽고 있던 책이 사회심리에 관계된 책이었는데
대중의 지혜(The wisdom of crowds)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그 책의 내용에
70%의 인간과 25%의 인간 그리고 5%의 인간에 대한 얘기가 있었다.
일종의 사회심리실험에 의한 분류인데
다수의 70%의 인간은 평범?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개인주의?
-흠, 실험자체를 설명하면 좋겠지만 대략 이런 의미로 얘기함을 이해하길 바라며-
그리고 25%의 인간은 아주 이기적이며 또한 무임승차를 시도하는 부류이고
5%의 인간은 법없이도 살며 정의감이 있는 부류라는 얘기이다.
이 얘기는 다른 책, 일종의 마인드 컨트롤 류의 책에서도 본 적이 있는데         
세상에는 세 부류의 인간이 있는데
한 부류는 참치
(참치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주위 다른 참치가 죽든말든 신경 안쓰며
또한 자신의 몸에 상어 이빨이 들어와도 신경 안쓰는 부류)                  write by 황새울
또 한 부류는 상어                                                                        from http://kbmok.er.to 
(오직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역시 상어에게는 미안한 얘기)
그리고 마지막 부류는 돌고래
(자신의 유쾌한 에너지를 같이 공유하며 같이 나아가는 인생에서의 진정한 친구같은)
로 비유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 즉 그린피스를 지구인 중에 5%안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그러면서 나는 어느 뷰류에 포함되는 원소일까라는 반문을 해보게 되었다.

그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머리속을 채우고 있었으며
그 머리속의 채워짐은 자연스레 심장을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하였고
그 심장의 역동성은 몸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 머리속의 생각들 중에는 이런 생각도 있었는데
내 처지가 한가하게 그린피스 애들이나 보러가고 또한 그들과 함께할 처지인가라고 말이다.
그 한편의 현실적이며 비판적이자 부정적인 혹은 긍정적인 생각을 무마히기 위한 변명으로
언젠가 훗날에 있을까말까한 일이겠지만 돈에 여유가 있어 외국 여행을 다닌다고 하자
그때 그들을 과연 만날 수 있을까? 라는 궁색한 변명으로 무마하였었다.

그들이 south korea의 울산에 그것도 장생포라는 곳에 오게 된 연유는 고래때문이었다.
그달에 울산에서는 국제포경위원회가 열렸는데 거기에서
일본을 주축으로 하는 포경재개를 찬성하는 국가와
반대하는 국가들의 힘겨루기에
그린피스의 메세지와 고래를 보호해야한다는 세계인의 메세지를 전해주기 위한 것이었으며
또 한편으로 장생포에 건립되는 일종의 고래 연구소
(그린피스가 문제시 한 것은 고래 연구소내 고래해체장이었다)때문이었다.
물론 이러한 일들은 그들과 지내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단지 그들이 예전부터 고래보호운동을 해왔으면
그리고 국제포경위원회가 열린다는 것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한가지 더, 고래는 보호되어야 하는 생명체이다라는 것.

고래는 지적 생명체이자 사회적 생명체이다.
그리고 지구상에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 살아있는 가장 거대한 포유류이기도 하다.
그들의 삶을 조금씩 들여다보면 그들과 우리 인간이 별반 차이가 없는
하나의 생명체임을 알게될 것이다.
물론 오랜시간 아니 오랜 아주 오래된 시간 속에서 그들은 인류에게
식량과 많은 자원을 안겨다 준 대형할인마트점이기도 했었다.
한번씩 그들의 삶을 보여주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디스커버리의 다큐물을 보면
나도 바다 속에서 고래들과 함께 날개짓을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긴다.
그들의 등에 손을 대고 뜨겁게 흐르는 피와 따뜻함이 느껴질지도 모르는
감촉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또한 고래의 큰 눈과 눈맞춤을 해보기도 하며
그의 머리를 긁어주거나 등을 긁어주고 싶어지는 것이다.                    write by 황새울
물론 이러한 욕망들은 그들이 가는 길에 방해가 되지 않으며                from http://kbmok.er.to
또한 드넓은 자유 속에 있는 자유로운 고래와의 얘기이다.

동생들과 그린피스를 찾아 장생포로 향했었다.
장생포.
한때 고래잡이의 전진기지로 부를 향유했던 그곳은
몰락해간 공업도시 u.s.a의 디트로이트와 함께 오버랩된다.
대단위 정유 탱크로리에 둘러쌓이고 맞은 편 현대중공업의 골리앗들에 둘러쌓인 그곳은
이미 전진기지의 명성이 사라진 고래들과 함께 시간 속에 묻혀버린 곳이었다.

시내버스에서 내리자 고래대사관이라고 적힌 그린피스의 돔형 천막과
일종의 퍼프먼스인 고래꼬리 모형들이 공사장 흙더미 곳곳에 꽂혀있다.
그리고 그 옆에 알지못할 깨끗한 건물이 한채 있다. 커다란 포경선과 함께.
동생들과 그 알지못할 건물로 우선 발길을 정한다.
왠지 낯설게만 느껴질지도 모를 그들과의 만남에
조금의 여유를 갖기위한 일종의 여유시간이라고 할까.
그 알지못할 건물은 고래박물관이었다.
아직 개장하지 않은 그곳을 두리번거리다가 새단장된 포경선에 올라서본다.
물론 포경선에 오르는 계단은 출입금지라는 뻘건 푯말과
함께 쇠사슬로 막아두었으나 유유히 넘어선다.
여동생은 올라가면 안된다고 말하였지만 그럴 필요가 있냐고 되물어보았다.
올라가보지도 못할 것을 뭐하러 여기에 갖다놓냐고 아예 사진을 걸어두지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날은 마침 휴일이라 그곳에 아무도 없었다.
단지 고래박물관 얘기를 어디선가 본 몇몇의 사람들이 왔다가
개장하지 않은 것을 알고 아쉬움에 두리번거리는 이들 뿐.
동생들도 슬그머니 올라온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고래 대사관으로 향했다.
천막에 들어서자 외국애들 몇 명이 앉아 있고
한국인 여자가 반갑게 우리를 맞이한다.
물론 외국애들도 하이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혹은 안녕하세요라며 서투른 한국말로 인사를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한국인 여자는 자신은 여기 통역사라며 소개하고
어떻게 왔느냐, 그린피스와 대화해보겠냐며 한명의 그린피스 친구를 데려온다.
영어가 한참 짧은 나는 당황하였지만 통역사가 있어 안도했다.
사실 그 통역사에게 눈길이 자꾸 간다.
한국인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고                                                  write by 황새울
더군다나 여자가 있을 줄은 더더욱 생각 못했기때문이었다.                 from http://kbmok.er.to
그리고 참하게 생겼다.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통역사와 주고 받는 중에
반바지에 반팔티에 레게머리를 한 외국인 친구가
(한눈에 봐도 여기에 있는 그린피스 같았다)
척봐도 동네에 어슬렁거리는 개 한마리를 티안에 품고 들어오며 하이라고 한다.
모습이 우습기도-마치 새끼를 보육주머니에 품은 캥거루마냥-하였지만 놀라기도 하였다.
이 나라에서는 보기드문 일이기 때문이었다.
똥개와 스킨쉽, 그러니까 속살과의 피부마찰.
언뜻 머리에 떠오르는 건 진드기가 안 옮길까였다.

집으로 돌아갈 무렵 통역사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가끔 놀러와도 되냐고.
통역사가 아주 반기며 자주 오라고 한다.

그렇게 그들과의 반나절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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