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

바람이 차게만 느껴지는

황새울 2006. 7. 5. 19:34


바람이 차게만 느껴지는 12월 첫 주말
열흘을 훌러덩 날려버린 후의 주말이라 그런지
바람이 옷속 깊이까지 차가움을 더하는 날이다.
겨울이 다가온다.
춥다.
마음이 추운걸까 몸이 추운걸까
아니 둘중 하나만 추워도 좋았을 걸
정말 둘중 하나만 추워도 배부를지도 모를 일이다.
그 배부름을, 그 간단한 배부름을 자꾸만 잊어버리는건 아닌지.

누가 나에게 자꾸 잊기를 강요하는건가?

문득문득 나를 놓친다.
문득문득 다가올 내가 없음을 알게된다.
문득문득 회귀하는 나를 보면 그 회귀의 무한루프에 빠져 다가올 내가 없음이 두려워진다.
사실 변수자 하나만 써주면 될 것을.
그 변수 하나를 사용하지 못해 전전긍긍이다.

이렇게 코끝이 얼큰하게 추위에 취할 때
눈 시리도록 따뜻한 그림하나 그리워진다.
아니면 귀 시리도록 따뜻한 음악하나.
하지만 현실은 냉랭하다 못해 건조하고 차갑다. 아니 무섭다.

무서워하는 아이는 뒤뜰 창고에 숨어 숨죽여 바람소리를 듣는다.
바람이 차갑게 잎들을 스치며 잎과 잎이 켜는 소리를 들려준다.
바람이 차갑게 구름들을 스치며 해와 구름이 켜는 소리를 들려준다.
바람이 차갑게 사람들을 스치며 갑옷들의 비린 향을 들려준다.
뒤뜰 창고는 온통 비린 향으로 가득하다.
아이는 언제쯤 그 향을 귓가에서 떨쳐버릴까
마냥 창고에만 마냥 숨죽이고만
있다가는 바람소리조차 잃어버릴지 모르는데 말이다.

바람이 차게만 느껴지는 어느 해의 어느 겨울
그렇게 우리들은 무서움에 숨어버린 아이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누가 우리에게 자꾸만 무서움을 강요하는건가?
바람이 차게만 느껴지는 어느 해의 어느 겨울
난 다시 회귀의 무한루프에 빠져들고 있다.
누가 나에게 변수자를 줄 것인가!



 

 

 

 

2005/12/03 16:3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