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립교향악단 송년연주회를 다녀와서
여동생이 예매해둔 송년연주회를 어제 다녀왔다. 여동생과 함께
저번에 왔을 때보다 아이들이 많다. 물론 사람들도 많고.
송년연주회라서 그런가
잠이 자꾸 와서리 커피한잔을 빼먹으려고 자판기 앞에 섰다가
커피는 300원 코코아는 250원이라고 쓰인 걸 보고
주머니에 딸랑거리는 250원으로 코코아를 빼먹는다.
다 먹고 난뒤 잠이 와서 커피를 먹어야하는데
내가 왜 코코아를 먹었지라며 거참 희안하네를 연발거린다.
예전에 청년독서회에 있을 때 같이 활동했던
지인을 만났다.
여자들은 웃긴다.
내가 긴가민가하고 쳐다봤을 때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리는걸 봤다.
그냥 지나치려다 맞나 싶어서
"저 혹시 누구씨 아니세요?"
하니 그제서야
"니 맞제. 나도 니 같더라"
라고 한다. 두런두런 얘기하다.
그녀는 시인이다. 하지만 난 그녀를 시인으로 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詩가 그녀를 더욱 인간으로 다가가게 해줄 것이다.
종이 울리고 웃긴 건 공연 전에 종이 울린다. 딩~ 딩~ ㅋㅋㅋ
뒷자리 얘들이 저건 바이올린이고 저건 비올라고 시끌벅적하다.
어릴 때 이렇게 연주를 들으러 올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저 아이들은 알까?
연주동안 소리가 자꾸 머리위로 날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좌석이 아래쪽이라서 그런가 싶었는데
이곳 시설에 좀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싶었다.
이번 연주회에도 저번에 봤었던
캐스테네츠 아가씨가 있다.
오늘은 몇개의 악기를 연주할까
이번에 정식 단원이 된걸까
저번에 머리를 삐삐머리마냥 양쪽으로 질끈 매고 있었는데...
소리는 자꾸 날라가고 집중이 잘 안되고 아이들은 기침을 연신하고
백주영의 두번째 연주가 있었다.
그녀의 연주를 들으면서
소리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눈물이 날거 같았다.
뚫어지게 그녀의 바이올린을 바라보며
그 소리들을 눈으로 좇았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나중에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녀와 그녀의 바이올린과 그 소리들을
백주영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가 떠오른다.
저 자리에 그녀가 저렇게 연주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으리라고
백주영의 모습에 오버랩되는 그녀
캐스테네츠 아가씨는 어김없이 이번에도 바빴다.
실로폰 치랴 탬버린 흔들랴 트라이앵글 두들기랴
유일하게 연주중에 움직이는 그리고 악보가 두개인 사람이다.
이번에는 심벌즈 아저씨도 탬버린까지 친다.
저 아저씨 노래방가면 짱이겠다라고 여동생과 웃으며 얘기한다.
연주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백주영은 뛰어나서 앞에서 연주하지만
그녀를 받치기 위해 뒤에서 낮은 음으로 연주하는 악단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고
다들 똑같이 음대를 나왔을 것이고 누구는 유명하고 누구는 무명하고
그들이 자신의 한계까지 부딪쳐서 자신의 한계치를 알게되면
그 유명과 무명을 극복하리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 한계치를 알지못하는 듯한 이들이 눈에 보인다.
요즘 내 눈이 이상한건가...ㅋ
나는 어디까지 한계에 부딪쳐보았을까?
나는 나의 한계치를 알고 있는걸까?
참 좋았던 것은 물론 백주영의 연주이기도 하였지만
끝나고 백주영이가 관객의 박수에 인사하러 나오면서
악단에 박수를 치는 모습이었다.
혼자 이룬 음악이 아니라 다같이 이룬 음악이라는,
악단이 없으면 그녀 자신도 없다는 그 박수의 의미
귀여운 것
쇠주나 한잔 같이 했으면 좋겠네
쿄쿄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