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런두런

"임시 야간 숙소"-베르톨트 브레히트

황새울 2006. 12. 28. 14:16

 

"임시 야간 숙소" -베르톨트 브레히트

 

 

듣건대 뉴욕 26번가와 브로드웨이 교차로 한 귀퉁이에

겨울 저녁마다 한 남자가 서서

모여드는 무숙자들을 위하여

행인들로부터 돈을 거두어 임시 야간 숙소를 마련해 준다고 한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이 세계가 달라지지 않는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나아지지 않는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착취의 시대가 짧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몇 명의 사내들이 임시 야간 숙소를 얻고

바람은 하룻밤 동안 그들을 비켜가고

그들에게 내리려던 눈은 길 위로 떨어질 것이다

 

책을 읽는 친구여, 이 책을 내려놓지 마라

몇 명의 사내들이 임시 야간 숙소를 얻고

바람은 하룻밤 동안 그들을 비켜가고

그들에게 내리려던 눈은 길 위로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방법으로는 이 세계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나아지지 않는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착취의 시대가 짧아지지 않는다.

 

 

-베르톨트 브레히트

 

"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최민식[한양출판] 中에서

 

이 詩를 보며 섬뜩하게 느낀 것은

"책을 읽는 친구여, 이 책을 내려놓지 마라" 라는 구절이었다.

 

나는 왜 이제사 이 詩를 알게되었을까?

 

 

"만일 당신 사후에 당신의 시가 세 편만 남아도 자신을 위대한 시인

으로 알고 시를 쓰십시오. 그리고 생전에는 절대로 유명해질 생각은 말

고 시를 쓰십시오."

 

-에즈라파운드

 

똑같은 책에서

 

며칠 전 길을 가다 그런 생각을 했었다. 가난하게 살아야겠다라고

어쩔 수 없는 가난도 있겠지만 돈을 좇지 않는 그런 가난에 살아야겠다고

자꾸만 부자가 되고 싶어하다보니 욕망이 자꾸만 커지고 허영의 권력을 생각하게 되고

나를 자꾸 잃어버리는 것 같다고 그래서 가난하게 살아야겠다라고

나는 살아생전에 부자가 되기는 힘들 거 같다라고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

 

책은 많은 사람들이 읽는데

나보다 더 많은 책을 읽는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그리고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데

브레히트의 詩가 왜 나에게만 유독 더 크게 들리는건가

 

이제 귀까지 이상해진건가

젠장할

어디 성한데가 없다

젠장할

이상해진게 아니고 원래 이게 정상인건가

쿄쿄쿄

그렇게 생각하는게 더 낫겠다

쿄쿄쿄

 

최민식씨의 산문집을 읽으며

웃었다.

자신이 이 산문집을 쓰면서 글재주가 참 없다는 걸 알았다고 했을 때

웃음이 나왔다.

(사실 글이 투박하지만 투박한대로 맛있다.)

그래도 그는 사진을 온몸으로 찍을 줄 안다.

 

 

 

오랜만에 오래된 책을 붙잡고 즐거운 여행을 하는 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