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꼭두각시와 놀음"

황새울 2006. 7. 4. 14:28

""꼭두각시와 놀음"

어둠에 덮혀있는 저 관중석에는 꼭두각시인형이 가득 앉아있다.
그래서 그런지 관중석은 늘 조용하다. 쥐 죽은 듯이. 아니 애초에 쥐가 없었다는 듯이.
저 움직임없는 관중을 위해 나는 노래부른다. 때로는 춤도 춘다. 때로는 소리도 지른다.
하지만 그 어느 때에도 그들은 무대를 향한 냉랭한 시선뿐 단 한마디의 소리도 내지 않는다.
아니 단 한음절의 소리도 만들지 않는다.  

"뭐야? 도대체 뭐냐고? 날 조롱거리로 만들려는 거야. 왜 한마디의 말도 없는거야."

하지만 그들은 눈만 번득이고 있을 뿐 어떤 소리도 내지 않는다. 차라리 저 시선이라도 없었으면 좋겠다. 눈이 없는 꼭두각시들만 있었으면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건 생각일 뿐 아니 그건 몽상과도 같은 것이다. 지금의 현실을 잊으려는 도취와 환각의 몽상.

"말 좀 해봐. 너희에게 입도 있고 귀도 있고 코도 있잖아. 왜 아무 말도 못하니? 내가 무섭니?"

나는 그들이 나를 무서워해서 아무 말도 못한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그들의 망막에 비추어지는 나의 모습이 우스꽝스럽도록 분장을 한다. 빨간 루돌프 코를 붙이고 삐에로용 꼬깔모자를 쓰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우스꽝스런 입을 그려넣고 그리고 헐렁한 짧은 바지로 우스움을 더한다. 거기다가 하나 더, 줄무늬 티셔츠를 걸치는 것이다. 마치 유럽의 어느 시대를 자극하는 죄수복같은 티셔츠를. 그리고 그들을 향해 노래 부른다. 때로는 춤도 춘다. 때로는 소리도 지른다.

"삐걱"

"누구야? 누가 웃은 거니? 아니 아니야. 누가 말한거니? 손들어봐. 아니 아니야. 손 들 필요없어.
자자 내가 눈을 감고 있을테니 조용히 다시 얘기해봐. 자 누구였니? 아니 아니야. 그냥 예라고만 얘기해봐. 자 어서 얘기해봐. 아니 아니야. 얘기까지 필요없어. 자 어서 말해봐. 예라고."

하지만 아무도 말이 없다. 분명 누군가 웃었는 거 같았는데 그들은 그저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그들은 나를 무서워하는게 아니라 나의 말이 너무 박식해서 그들의 말이 파고들 자리가 없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말을 어눌하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조금은 모자라게 아니 아주 많이 모자라게 그리고 말을 더듬어가면서 하지만 되도록 의미전달은 명확하게 될 수 있게 발음하였다.





2005/09/26 21:20:57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멸종된 동물  (0) 2006.07.04
어느 교향악단의 구인  (0) 2006.07.04
gdrive 다운로드 주소줄  (0) 2006.07.04
"참새와 나" 시인학교 시인상담실 평  (0) 2006.07.04
시인의 시 주소줄  (0) 2006.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