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참새와 나" 시인학교 시인상담실 평

황새울 2006. 7. 4. 14:25
>"참새와 나" > > > >도서관 벤치에 앉아 >먼 하늘 훵하니 바라보는데 >나뭇가지 위 >참새 하나 복스럽게 열려있다. >겨울이라 그런지 >털옷이 제법 통통하다 >그런데 >휙하니 나를 쳐다보곤 >총총히 나뭇가지 깊숙히 들어가버린다. >흠 >여자란 人間이나 동물이나 똑같군 >통통한 엉덩이 좀 보았기로 >저렇게 새침하게 가버리나. > 일단 읽어 봅니다. >도서관 벤치에 앉아/먼 하늘 훵하니 바라보는데/나뭇가지 위/ 크게 무리는 없으나 뻑뻑한 느낌이 듭니다. 산문에서 한 계단 올라와 운문이 되긴 되었는데, 좀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네요. 뿐만 아니라 홑겹의 문장보다는 의미가 겹치는 문장이 읽는 재미도 있고, 쉽게 싫증이 나지도 않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도서관 앞 벤치에 앉아/ 훵하니 하늘을 / 가린 손가락 마른 나뭇가지......' 로 제가 고쳐 써보았는데요. '손가락'이 하늘에도 걸치고 나뭇가지에도 연계되는 효과를 느낄 수 있도록 이런 시도를 해보는 것이지요. 자꾸 이렇게 저렇게 문장을 바꾸면서 단어와 단어의 충돌 정도를 경험해 보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첫 3행의 차분하고 쓸쓸하게도 느껴지는 분위기에 이어진 '참새 하나(한 마리) 복스럽게 열려있다' 는 얼마간 충격적입니다. 사격 후의 반동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뒤에서 받쳐 주기만 하면 괜찮겠다는 기대로 가슴이 훅 뛸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겨울이라 그런지/ 털옷이 제법 통통하다'가 빠른 잽을 날려 그 기대를 쳐 버렸습니다. 읽는 사람이 실망스러워지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겨울이라 그런지' 라는 극히 설명적인 문장, '제법'이라는 산문투의 부사가 이 시를 시 아니게 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그런데' 라는 쓰잘 데 없는 접속부사가 독자에게 어퍼컷을 날려 버립니다. 이렇게 되면 어느 정도 시를 아는 독자는 더 읽지 않고도 시인의 수준을 간파하게 됩니다. '초보구나' 하고요. 초보라는 말 속에는 우리말을 다루는 훈련이 안 되어 있다는 뜻과 자기 속에 품은 생각을 깊이있게 걸러내는 힘이 딸린다는 뜻이 함께 들어있습니다. 이 시의 후반부에서 그 사실을 더욱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새와 나' 라는 제목을 들고 겨우 저 말을 하기 위해 시를 시작했다면 어이없는 일이지요. 여자의 엉덩이를 본다와 새의 엉덩이를 본다가 동일시 된 셈인데, '이게 웬 관음증이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뒷맛이 씁쓸한 시가 되어버렸습니다. 통통한 엉덩이에 어쩌다 눈길을 준 정도로 화를 낼 여자는 없습니다. 화가 날 정도로 보았다는 말로 느껴집니다. 이런 식의 발상과 진술은 썰렁할 뿐 아니라 시적으로도 격이 떨어집니다. 이 시가 이쯤 진행되면 '여자란 인간이나 동물이나 똑같군' 이라는 구절은 이 시에서 결정적인 주제로 부각되는데, 썩 난감해진 독자가 '남자란 인간이나 개나 똑같군' 이라고 대응할 수도 있습니다. 독자에게 항상 아름답고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이 시의 의무는 아닙니다. 그러나 욕에도 격이 있습니다. 표현의 이면에 어떤 동기가 놓이느냐에 따라 격이 달라집니다. 시가 이렇게 끝나서는 안 됩니다. 참새와 나 사이에 통통한 여자의 엉덩이를 가로 놓으며 시를 이끌어 갈 수는 있지만, 너무나 장난처럼 되었습니다. 엉덩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내밀었으면 최소한 엉덩이보다는 무거운 사유로 이 시를 수습해야 합니다. 참새 머리만큼만 생각하고 쓰면 엉덩이에 눌려 죽은 시가 되고 맙니다. 생각하는 사람이 결국 깊이있고 품격 우러나는 시를 쓰게 됩니다. 황새울님 속에 담긴 더 나은 생각을 꺼내어 쓰시기 바랍니다. 자기 머릿속이라고 해서 손쉽게 광맥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2005/08/03 00: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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