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마지막 날
내가 만약 강이었다면
내가 만약 흐르는 강이었다면
벌써 바다가 보이는 강언저리까지 내려왔나보다.
구름 속에서 바람을 타고 내려올 때만 해도
수많은 꿈과 수많은 얘기들을 담고 내려왔는데
산을 흘러내리고 땅속을 흘러내리고
그렇게 흐르고 흘러
시냇가를 흐르고 도시를 흐르고
이제는 꿈도 질펀하게 뭉그러지고
이제는 얘기도 바람결에 흩날려지고
모든 것들이 하얗게 탈색되어버린
시월의 마지막 날이다.
바다는 모든 것을 알고 있겠지.
그 많던 꿈과 수없던 얘기들의 속삭임을.
다시금 바다로 돌아가게 되면
그 꿈들과 얘기들을 품을 수 있을까.
아마도
바다는
이루어지지 않은 꿈
들려주지 못한 얘기들을
그 속에 품지 않으리.
태어나지 못한 꿈들과 얘기들이 세상에 흐르겠지.
마치 바람같이.
바람아
돌아돌아 어느 날에
천년 뒤나 내가 태어난다면
나에게 그 못다한 꿈과 얘기들을 들려다오.
그날도 시월의 마지막날이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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