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5일이었다.
평일에는 저녁 10시까지, 토요일에는 저녁 8시까지,
비오는 일요일도 출근, 그렇게 오늘이 왔다.
모듈탑재라 오늘은 그나마 좀 한가했으나
몸은 천근만근이다.
조선업 불황이라는 현실 속에 수많은 노동자가
본의 아니게 조선소를 떠나고
그들이 떠난 만큼, 노동의 강도는 더욱더 세어지고 있다.
어느 인터넷 매체에서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얘기가 나오던데
조선소에서 작업복에 흙을 묻힐 이유는 없다.
단지 흙같이 보이는 녹슨 쇳물이지
현장 작업복을 입고 번화가의 한 치과를 간 적이 있었다.
치과의 문을 들어선 순간 그들의 얼굴은
경악 그 자체였다.
하긴,
버스를 타도 그랬었고
길거리에 학생들도 그랬었고
월대를 끊어 다니는, 수년간 단골인 목욕탕에서도 그랬었다.
사실 가장 고마운 사람은 어머니일지 모른다.
아니
가장 고마운 사람은 어머니다!
그 경악스러운 작업복을 아무 말씀없이 세탁기에 넣고
아들이 뽀송하게 일할 수 있게 따스한 햇발에 널어 말리시니
요즘들어
마냥 이렇게 살아야만 할까 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언젠가 tv에 나왔던 그 부부의 얘기처럼
영어 공부라도 해야하는건 아닐까
용접학원이라도 다녀야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한물간지 오래된 기술이민...
그러고보니 어느 누군가가
청년들은 아프리카 오지로 가면 100만원이 1000만원이 되는
진귀한 자본주의 경험을 한다든데
나같은, 청년도 아니고 늙은이도 아닌 나는
남극이나 북극에 가면 100만원이 1억이 되는
그 진귀한 자본주의 경험을 할 수 있는걸까?
아니면 지구로 귀환하지 못하는 화성에라도 가면
100만원이 10억이 되는 초자본주의를 경험할 수 있는걸까?
아니면 최순실의 아들로 태어났더라면
100만원이 몇천억이 되는 초권력주의를 경험할 수 있지는 않았을까?
벌써 지구상에서의 삶이 반이상이 지나버렸지만
내 손에 남은 것은 투박하고 거친 손바닥 뿐
내 마음에 남은 것은 불신과 분노 뿐
내 머리에 남은 것은 긴 머리카락 뿐
아니아니, 어제 잘랐으니 조금 긴 머리카락 뿐 인가
살아온 삶에서 남은 삶에 대해 고민해야하는데
자꾸만
무뎌지고 있다. 미끄러지듯이 말이다.
뉘으스를 끊어야할 거 같다.
더이상 미끄러지지 않도록 말이다.
그런데 난 왜 이 지구상에 살아가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