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라이더의 일지 10
지구가 뒤숭숭해서인지 지구상에 사는 왕들이 뒤숭숭해서인지
나도 뒤숭숭하다. 폭열의 시작이 아직 아닌데도 방어력에 올인해서인지
땀이 뒤범벅이 일쑤인데 거기다가 배달 중에 운전하는 꼬라지를 보며
하도 욕을 많이해서인가 턱 근육통까지 와서 더 뒤숭숭하다.
월드컵 축구장까지 2연속 배달갔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거길 벗어나서
번화가로 들어가는 길에 콜이 들어온거였다.
'장X고 식자재 마트'
배달기사들끼리는 아는 유명한 곳이다. 예전에 그곳에 처음 갔을 때 카트에
말통 식용유 서너통에 온갖 무거운 것들이 한가득인 걸 보고 학을 뗐었다.
물론 내가 배달할 거는 아니었지만 확인해보니 배민1 이었다는...
그래서 콜의 내용물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운행했었다.
얼마지 않아 내 옆으로 1톤 탑차가 한대오면서
'그케 운전하면 안돼요. 똑바로 가야지...'
뭔말인지 몰라 빤히 쳐다보니 한심하다는 듯이 간다.
뭔 개소리여? 내가 내 차선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데 뭘 어쨌다는거여? 라며
혼자 개욕을 하며 운행을 했었다.
한참이나 지나 나도 뒤숭숭하군하 라는 생각을 했었더랬다.
내 차선은 어디있고 또한 내가 한 차선에서 갈지자 운행을 했었으면
그거 자체가 위험이고 사고 요인이었으며 폰을 보며 운행했다는거
자체가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다는 걸 생각을 먼저 했었어야 하는건데
60km 도로에서 50km로 달려서 그러냐는 식으로 생각하고
60km 도로에서 70km로 그 트럭을 앞질러 간 나의 뒤숭숭함.
반성한다!
오늘 하루의 행복함을 5분 남짓한 그 뒤숭숭함으로 내팽개쳐버린
나를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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