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사랑, 그 끝없는 중독" 4

황새울 2006. 7. 4. 14:40

 


"사랑, 그 끝없는 중독" 4



밀물과 썰물이 존재하는 도시는 외로워보인다.
비록 밀물의 시기가 다가와 길이라는 길 모두를 밀물로 채웠다할지라도
그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게되면 그 속에서 외로움이 보인다.
지금 같은 썰물의 시간이 보이는 것이다.
사람이라곤 손가락으로 겨우 헤아릴만큼 드물다.
터미널은 짧은 밀물의 시간에 시달린 흔적을
역력히 간직한 채 곤히 잠들어 있따.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개마저도 그 흔적이 역력하다는 듯
나를 힐끗 보고서는 제 갈 길을 간다.

"방 있습니까?"

"여기서 바다까지는 먼가요?"

"정식 하나 주세요."

홀로 어딘가를 떠다닌다는 것은
늘상 누군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나를 흘깃흘깃 보는 그들의 시선에서
궁금함과 애처로움을 느낀다. 그들이 눈치 챈 걸까?

"난자를 잃어버리셨나보우. 걱정하지마슈. 곧 다른 난자를 찾을테니.
꼭 이맘때면 댁처럼 혼자와서 여관방을 잡고
바다가 어디쯤인지 물어보고 그리고 정식하나를 시켜 먹는다우.
밥 먹고 나서 가게가서 술사서 갈꺼 아니슈?
그리고 여관방에서 남몰래 마실꺼 아니슈?
내일이면 바닷가에 앉아 청승스럽게 술 마시겠구료.
너무 많이는 마시지 마슈.
꼭 이맘때면 댁처럼 와서는 바다로 간 후 돌아오지 않는 이들이 있으니 말이슈.
사실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기지만 이런 비수기에
지루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한테야 큰 사건이지만
돌아오지 않는 이들한테는 큰 슬픔 아니겠수."

때론 어둠이 자유롭다 .
어둠 속에서는 누군가의 시선이 미치지 못하니까 말이다.
검은 먹물처럼 퍼져있는 그 속을 자유롭게 스며든다.
간혹 느껴지는 시선은 고양이들의 정지된 시선뿐.

남몰래 술을 사서 남몰래 여관방으로 스며든다.
창문을 열어 바다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귀를 쫑긋거려 보지만
이내 밤하늘의 별을 헤아린다.
별이 많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저 별 어디선가 나와 같은 처지의 그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을 확률이 높아지니까 말이다.
그러면 조금은 덜 외로워지니까 기분이 좋은 쪽으로 살짝쿵 흐른다.
파도소리가 들렸으면 더 기분이 좋았을텐데.
밀려오고 쓸려가고,
기나긴 여정 속에 뭍에 도착한 오래된 바다의 숨소리가 그리워진다.

"넌 어디서 온거니?"

"넌 어떻게 그렇게 숨도 잘 쉬니?"

"넌 외롭지 않니?"

"뭐? 내가 있어서 외롭지 않다고"

"난 네가 있어서 더 외로운 거 같은데..."




 

2006/03/08 21:5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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