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끝없는 중독" 4 밀물과 썰물이 존재하는 도시는 외로워보인다. 비록 밀물의 시기가 다가와 길이라는 길 모두를 밀물로 채웠다할지라도 그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게되면 그 속에서 외로움이 보인다. 지금 같은 썰물의 시간이 보이는 것이다. 사람이라곤 손가락으로 겨우 헤아릴만큼 드물다. 터미널은 짧은 밀물의 시간에 시달린 흔적을 역력히 간직한 채 곤히 잠들어 있따.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개마저도 그 흔적이 역력하다는 듯 나를 힐끗 보고서는 제 갈 길을 간다. "방 있습니까?" "여기서 바다까지는 먼가요?" "정식 하나 주세요." 홀로 어딘가를 떠다닌다는 것은 늘상 누군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나를 흘깃흘깃 보는 그들의 시선에서 궁금함과 애처로움을 느낀다. 그들이 눈치 챈 걸까? "난자를 잃어버리셨나보우. 걱정하지마슈. 곧 다른 난자를 찾을테니. 꼭 이맘때면 댁처럼 혼자와서 여관방을 잡고 바다가 어디쯤인지 물어보고 그리고 정식하나를 시켜 먹는다우. 밥 먹고 나서 가게가서 술사서 갈꺼 아니슈? 그리고 여관방에서 남몰래 마실꺼 아니슈? 내일이면 바닷가에 앉아 청승스럽게 술 마시겠구료. 너무 많이는 마시지 마슈. 꼭 이맘때면 댁처럼 와서는 바다로 간 후 돌아오지 않는 이들이 있으니 말이슈. 사실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기지만 이런 비수기에 지루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한테야 큰 사건이지만 돌아오지 않는 이들한테는 큰 슬픔 아니겠수." 때론 어둠이 자유롭다 . 어둠 속에서는 누군가의 시선이 미치지 못하니까 말이다. 검은 먹물처럼 퍼져있는 그 속을 자유롭게 스며든다. 간혹 느껴지는 시선은 고양이들의 정지된 시선뿐. 남몰래 술을 사서 남몰래 여관방으로 스며든다. 창문을 열어 바다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귀를 쫑긋거려 보지만 이내 밤하늘의 별을 헤아린다. 별이 많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저 별 어디선가 나와 같은 처지의 그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을 확률이 높아지니까 말이다. 그러면 조금은 덜 외로워지니까 기분이 좋은 쪽으로 살짝쿵 흐른다. 파도소리가 들렸으면 더 기분이 좋았을텐데. 밀려오고 쓸려가고, 기나긴 여정 속에 뭍에 도착한 오래된 바다의 숨소리가 그리워진다. "넌 어디서 온거니?" "넌 어떻게 그렇게 숨도 잘 쉬니?" "넌 외롭지 않니?" "뭐? 내가 있어서 외롭지 않다고" "난 네가 있어서 더 외로운 거 같은데..." |
2006/03/08 21:5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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