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Mars

황새울 2006. 7. 4. 17:37


"신지구의 창조는 우리의 능력이 시험받는 무대가 될 것입니다.
또한 인류의 생존을 위해 가장 필요한 창조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우리를 존재하게 해주는 영원의 창조입니다.
여러 위원들께서도 이점을 충분히 인지하리라 봅니다.
하지만 이 실험에는 막대한 위험 요소가 따릅니다.
우리는 이 위험의 요소를 최소화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그것이 바로 우리를 영원의 가치를 지닌 존재로 만들어줄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목적에서 이 위원회가 설립된 것이며
많은 전문가들과 과학자들이 우리와 함께 하는 것입니다."


골목골목에는 힘없이 사람들이 땅바닥에 늘어져 있고 거리를 걷는 사람들에게서는 어떠한 생기도 찾아볼 수 없는 빈민 지역의 거리에서 화성으로 갈 정착민을 모집한다는 광고가 뜨기 시작했다. 정착금과 정착주거지 그리고 정착했을 때 일자리까지 모든 게 다 주어진다는 광고였다.

"꿈의 신지구, 화성!
그곳에서 당신의 꿈을 만들어가고 싶지 않으세요?
이제 더 이상 이곳에서는 당신에게 어떠한 꿈도 어떠한 직업도 만들어주지 않아요.
하지만 화성, 꿈의 신지구에서는 당신이 원하는 그 모든 것이 준비되어있답니다.
지금 당장 화성이주국에 신청하세요.
당신의 꿈을 만들어보세요."

스크린 속에서의 화성은 아주 오래전 지구의 모습마냥 푸른 생기가 넘쳐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여자의 미소속에는 희망이 흘러 넘치고 있었다. 꿈이 존재할 수 있는 곳. 희망이 존재할 수 있는 곳.
광고 스크린 앞에는 손안에 잡힐 것 같은 희망을 잡아보려는 듯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있다.

"화성에 가면 정말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나요?"

"글쎄요. 모르긴 몰라도 이미 화성에 여러 가지 시설들이 만들어졌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아직 정착단계는 아니라고 하든데..."

사람들의 웅성거림속에는 막연한 희망과 막연한 기대와 막연한 불안이 새어져나온다. 아직 화성에는 이주민이 들어가지 않았고 다만 군대와 과학자들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그들도 잘 알기 때문이다.










"나는 이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어. 이건 정해진 운명과도 같은거야. 지긋지긋한 가난의 굴레 속에서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본능과도 같은거지. 네가 택한 길 역시 너의 운명일거야. 그러니 너도 나의 운명을 욕하지 말아줘. 비록 우리가 정말이지 친한 친구였지만 운명까지도 같을 필요는 없잖아."

그의 눈동자 속에서 지구에서의 어릴 때 삶이 마치 스크린마냥 환하게 비춰지는 것 같았다. 회색빛 필름의 약간은 어두운 톤의 화면으로. 하지만 이내 그 회색빛은 푸른 청사진으로 바뀌고 어두운 톤 역시 밝은 톤으로 바뀐다. 그의 눈동자에서 광채가 뿜어져나온다. 알 수 없는 살기와 함께.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하지만 변화하지 말아야할 것은 분명 존재한다. 그에게 그 존재가 이미 사라져버렸음을 어렴풋이 느껴졌다. 이제 나의 목숨이 그의 손에 달렸다는 걸 또렷이 인식하게 되었다.

"여기서 너의 운명을 끝낼게 아니라 나와 함께 운명을 만들어보자. 네가 말하듯이 이기로 가득 찬 운명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운명말이야. 너의 방식이 잘못된 건 아니야. 하지만 그 방식으로는 절대 이루어낼 수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나의 방식으로는 분명 이루어낼 수 있어. 우리의 어릴 때 삶을 다른 누군가에게 선택적 압력으로 작용시킬 필요는 없는거 아니니. 나는 그 압력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어. 분명 그 작용을 멈추게 할거야."

그의 눈시울에 촉촉한 물기가 고여 있다.그도 알고 나도 안다. 우리는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갈림길에 서서 마지막 얘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내가 그의 입장이라도 똑같은 행동과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누가 우릴 이렇게 갈림길로 내몰았을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와 함께 어릴 때의 시간 속에서 영원히 살고 싶다.


 

2006/05/30 20:2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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