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시인이 되는 것이다.
몇해전만 해도 누군가가 내 꿈을 물었을 때
(사실 내 꿈을 묻는 자는 거의 없었다. 내가 억지로 질문을 유도하거나
강제적으로 물어보라고 압박했을 때 겨우 물어보곤 하였다)
나는 당당하게 내 꿈은 시인이 되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요즘은
사람들도 띄엄띄엄 만나고
거기다가 꿈에 대해 물어보지도 않는다.
나도 물어보지도 않고
그리고 기실 시인이라는게 너무 힘들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어줍잖은 시인들 말고
흔히 말해 소나 개나 시인이 되고
글장난으로 시인이 되는 이런 세상에 그런 나부랭이 시인들 말고
정말 시인이 되는 것이다.
학창 시절 전태일을 알았을 때
그가 늘상 그리워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나에게 대학생 친구가 한명 있었으면..."
이라고 살아생전 자주 얘기했다고 한다.
그 얘기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그는 왜 대학생을 친구로 두고 싶었을까를 생각해보았다.
근로기준법이 너무 어려워서?
주변에 똑똑한 사람이 없어서?
대학생이 지식인이며 지성인이었기에?
그가 원한 대학생 친구는
아마도 내가 원하는 시인과 같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詩의 길은 멀고도 험난하고
더더욱 詩人의 길은 더욱 멀고도 험난하다.
한편으로 꽤나 행복하게 느끼는 건
백석 詩人과 동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의 詩를 처음 접했을 때
그를 넘어설 수 없을거라는 막연한 걱정을 했었더랬다.
아니 그의 발가락 끝 발톱밑에 끼인 떼만큼도 안된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는 죽고 그의 詩만 남았다.
행복하게 느낀 건 그의 詩는 시간의 영원성을 가지지만
발전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어제는 시립도서관의 서재에서 최민식씨를 찾았다.
그의 최근작 "휴먼-[눈빛]"이 나왔기에
행여 없으면 도서신청해볼까 싶어서
사실 책값이 6만원이나 하기에 사기에는 엄두도 안나고
시립도서관이 그런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되어서다.
최민식씨는 예전에 내가 사진에 흥미를 가질 때
조금 알았던 터라 그의 에세이집도 살펴보았다.
잠시 주마간산으로 보았는데
그가 좋아하는 사진가에 앙리가 없었다.
좀 놀라웠다.
하긴 각자가 좋아하는 사람은 다 틀리니...
어쩌면 내가 알고 있는 앙리가 허구화된 앙리일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가 좋아한다는 사진가 세명 중 두명은 이름은 들어본 적 있는 이들이었다.
그도 힘든 역경의 시절이 있었다.
어쩌면 그는 지금도 힘든 역경의 시절인지 모른다.
누군가의 슬픔, 누군가의 진실, 누군가의 모습을 담는다는 것은 ...
또한 자신의 슬픔, 자신의 진실, 자신의 모습을 나타낸다는 것은 ...
시인 역시 마찬가지리라.
절대 선, 절대 악 혹은 선과 악은 없다.
만약 절대 선과 절대 악이 존재한다면 오히려 더 재미난 세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선과 악은 존재하지 않기에
삶이라는 것 자체가 불완전의 연속이다.
하루는 절망하고 하루는 희망하고 하루는 슬퍼하고 하루는 기뻐하고
그 매매일의 불연속 곡선은 나를 힘들게 한다.
그걸 이겨내는 게 아니 그 모든 걸 안을 수 있는 게
정말 시인이 아닐까?
반지의 제왕에서 나오는 요정이
절대반지를 손안에 넣으면서 외치는 말처럼
나는 절대반지의 힘에서 벗어났다 나는 나안의 욕망에서 벗어났다
그 힘과 욕망을 이겨낼 수 있는 아니아니 안을 수 있는
그런 이가 정말 시인이 아닐까?
정말이지 시인은 길고도 험난하다.
어느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않는
어느 누구의 눈에도 보이려하지않는
나는 너무 이상적인가?
어쩌면 나는 시인이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시인이 되기에는 너무 나약하고 시인이 되기에는 아직 인간이 안된것 같다.
하지만 그 잡히지않는 태양에 자꾸만 이카루스의 날개를 단다.
녹고 녹아서 추락하면
또다시 날개를 접붙여 날고
추락하고 날고 추락하고 날고
이거이 날개가 잘못된거 아녀
제트엔진을 달아야하는데 밀납날개라서 그런거 아녀
로켓에 대해 연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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