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응급차 타고 사내 부속 병원 가던 날
작업하다가 부품에 손가락이 베였었다. 피가 많이 나서 휴지로 지혈하고 밴드를 붙일려고 했었는데 지혈이 잘 안되서 곤란해있는데 그 상황을 같이 했었던 같이 일하는 동생이
'형, 의무실 갔다와요'
그래서 갔다오겠다고 얘기하고 내려가는 길에 조장에게 얘기하고 갈려고 했더만 조장이 보이질 않아 금방 갔다와야지라며 그렇게 의무실에 가서 손이 베여서 왔다고 했더니 상처를 보기도 전에 열심히 컴퓨터에 입력하기 바쁘다. 어느 업체인지, 이름이 뭔지, 주민등록번호가 뭔지, 전화번호가 뭔지... 그렇게 입력이 끝나고 상처를 소독하고 드레싱하다가
'파상풍 주사, 맞아야겠죠?'
라고 물으니
'예방주사 안맞으셨나요?'
'그게 맞았는지 안맞았는지 기억이 안나네요'
'그럼 부속 병원에 가서 맞으실래요? 예방 주사는 아니고 지금 상처에 대한 파상풍 주사에요'
'아~ 그럼 좋죠. 근데 멀잖아요. 부속 병원'
'그럼 응급차 불러드릴까요?'
'태워 주나요?'
'그럼요'
그렇게 사단이 시작되었다.
업체 총무에게서 전화가 오고 부속 병원 갈려고 응급차 불렀다. 파상풍 주사 맞으러 간다. 잠시 있어봐라. 업체 지정 병원에서도 파상풍 주사 맞을 수 있다. 확인해보고 전화 드리겠다. 그래서 응급차 보류해달라고 의무실 간호사에게 말하고 간호사는 응급차 취소하고 총무가 다시 전화와서 지정 병원은 정형외과라서 파상풍 주사가 없다. 그럼 어짜라구. 응급차 타고 가? 말어? 그렇게 다시 응급차 부르고...
응급차를 기다리는 동안 간호사 혼자만 있는 의무실에 아까부터 귀에 익은 음악이 흐른다. '바람의 계곡,나우시카', 한참이나 생각했었더랬다. '천공의 섬, 라퓨타' 였나 '원령공주' 였나 '센과 치히로' 였나라면서. 그렇게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가 생각나고 머릿속으로 간호사에게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이었죠' 라며 농이나 걸어볼까 하는 그 순간
의무실 문이 화들짝 열리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오는 그 순간
이건 뭥미?
영화 '극한직업'의 치킨집인겨?
의사가 오고, 안전요원들이 오고
아놔 손가락 조금 많이 베인건데
의사는 지혈할려고 거즈를 두른 손가락에서 상처 부위를 보고는 허망하다는 듯한
안전요원은 이건 뭥미라는 듯한
그렇게 응급차를 타고 파상풍 주사 맞으러 부속 병원에 가니 업체 총무가 와있고 원청 노조 사람도 오고
손가락 좀 베었을 뿐인데라는 재스츄어를 보이고 그렇게 파상풍 주사 맞고 현장으로 총무 오토바이 타고 가는데
'형님, 오늘 잔업하시지 말고 퇴근하시죠. 상처부위가 벌어질 수도 있고...'
'그럴까요. 오늘 피도 봤는데'
'그럼 현장 공구 정리하시고 바로 내려오십시요. 사무실까지 태워드릴테니'
'알았어요.'
그렇게 올라간 현장은 안전요원 예닐곱명이 와있고 조장에 반장에 총괄 팀장에 완전 북새통이었다.
사무실에서 작업복 갈아입는데 이 업체 다닌 일주일동안 한번도 못 본 업체 실장까지 ...
혹시나 해서 파상풍 주사 맞을려고 한 것 뿐인데
사내 부속병원까지 응급차 태워준다기에 타고 간 거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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