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안드로메다로 마실 가고 싶었던 오늘

황새울 2019. 4. 13. 00:41

 

 

안드로메다로 마실 가고 싶었던 오늘

 

 

문득,

 

오늘 안드로메다로 마실 가고 싶어졌었다.

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지.

 

햇살은 봄날마냥 차분하고

 

현실은 여전히 조선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이 노동의 댓가만큼이나 자부심을 줬더라면.

노동의 댓가는 커녕 눈칫밥만 먹고 있는

 

이게 사는 건가

내 몸뚱아리 하나로 땀흘려 사는 것조차

노예처럼 살아야하는

 

그나마 자위한다.

간이 화장실 벼랑팍에 누군가

 

빨 <------------------

갱 <------------------

이 <------------------

여적죄사형 문재앙놈

 

이라고 글자를 그릴 줄 아는 좀비보다는

생각하는 노예가 조금 행복한 거 같기도 해서

 

그래봐야 다 같은 근로자일 뿐이데도 말이지.

 

점심 먹고 근로의 시간까지는 조금 남아

안전화를 벗고 안전 각반을 풀고 두터운 조선소용 양말을 벗고

만신창이가 되어있는 나의 발에게 그 햇살을 보여주고 있으니

먼 발치에 있던 외국인 노동자도 나를 따라한다.

 

언제쯤이면 안드로메다에 도달할 수 있을까?  

 

쓰레기같은 수구꼴통들 주디 지주께는 먹방을 펼치는

south korea corporation에서 벗어나

 

언제쯤이면 안드로메다로 송출된 개념들을 만날 수 있을까?

 

슬픈 것은

나도 이미 반은 좀비요 반은 노예인

슬픈 것은

안드로메다로 나도 개념을 송출하고 있다는

슬픈 것은

이미 죽어가고 있는 나를 깨닫는

 

그렇지만 정말이지 그렇지만

내일은 내일의 지구가

내일은 내일의 달이

내일은 내일의 바람이

그렇게 내일을 살고 싶다 나는

 

비록 하루하루의 근로가 내 발을 만신창이로 만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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