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어느 라이더의 일지 3

황새울 2023. 3. 7. 22:39

어느 라이더의 일지 3 

 

지구의 crew로 같이 사는 누렁냥이 그끄저께부터 오바이트를 엄청 해대는거였다. 토사물을 살펴보면 건사료 먹고 소화가 3분의 2쯤 되었을 때 위장을 탈출한 듯 보였었다. 좀 지나면 괜찮겠지 해서 하루이틀 보고 있었는데 오바이트를 하고 연이어 위액같은 토사물을 또 구토하는게 아닌가? 아... 인터넷을 찾아보지만 딱 부러지는 답은 없고 해서 병원을 찾았다. 전에 얼룩냥 자궁 떼어낸 병원에 갔었는데 누렁냥을 어깨에 걸치고 갔더만 직원이자 의사 마눌님이  

'그렇게 델꼬 와도 괜찮아요?' 

'네. 눈이 안보이거던요' 

그렇게 얼룩냥의 진단은 시작되었고 피검사에 방사선검사, 초음파 검사에 육안검사까지의 의사소견은 자궁이 비정상적으로 부었으며 절제수술을 해야한다였고 그 이후 오바이트가 계속 되는지 살피는게 맞을 거 같다였다. 눈은 녹내장이 와서 치료할 방법이 없다고 하고 오른쪽 발에 있는 염증은 수술을 해야한다고 한다. 수술 이러면 역시 돈이 문제다. 의사의 말을 듣는 잠깐사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간 상념은 수술을 해, 말어였다. 벌써 13살이 된 누렁냥은 노환이 많이 왔다. 그녀에 비하면 얼룩냥은 하이랜드 냥이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2년전에 병원에 갔을 때 의사에게 11살이라고 하니 놀라면서 잘못 알고 있는거 아니냐고 물었을 정도였다. 역시나 돈이 문제였다. 2년전에 얼룩냥이 똑같은 수술에 병원비랑 기타 등등해서 100만원 가량 나왔었는데 고물가 시대에 선듯 수술에 대한 확답을 못내려서 수술비랑 병원비가 얼마쯤 나올건가에 대해 물었봤더랬다. 150만원 미만으로 나올거 같다고 얘기하기에 솔직히 갈등했었더랬다.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많은 늙어가는 누렁냥. 

그래도 이 지구에서 crew로 같이 살아온 날들이 많기에 동생에게 돈 빌리고 해서리 수술하기로 했었다. 가출을 두번이나 한 이 뇬을 일주일 내내 찾아다녀 두번이나 델꼬 온 뇬인데 어캐 매몰차게 내몰칠 수가 있을 것인가. 수술은 잘 마쳤고 마취가 들깬 누렁냥이 하악질 하는 걸 보고 102만원 결제하고 그렇게 누렁냥은 병원에 최소 이틀은 입원해 있어야한다기에 그렇게 병원 1인 독실에 두고 왔다. 지금 누렁냥은 잘 자고 있을라나...눈이 안보여서 바뀐 장소에 하악질하며 보내는 건 아니겠지. 그래도 소실적엔 대냥배였는데 잘 버티겠지. 

그렇게 누렁냥을 입원시키고 해 떨어지기 전에 나으 애마, 흑마에 앉아 돈을 벌기 위해 달렸으나 콜이 영~ 시원치 않다. 아참, 전에 애마가 엔진이상 경고등 뜨면서 출력저하가 자주 일어나 중고로 애마를 구입했다. 흑마 구입에도 동생에게 손을 벌려 나으 유일한 채권자가 되어있는 상황이다. 아마도 이쯤이면 지구상의 crew들은 나에게 물을 것이다. 

'아니, 지금까지 배달하면서 벌은 돈은 다 어디갔냐고?'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그렇게 개미같은 습성이 없다. 캥길 때 일하고 캥길 때 때려치운다 라는 신념이랄까. 그렇게 오늘도 콜이 시원치 않아 지금 이렇게 막걸리 한잔하면서 끄적거리고 있는 중이다. 

뭘하면서 살면,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이 살아갈 날들보다 많은 늙어가는 나에게, 지구상의 crew로서의 생존의 재미가 있을까?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어느 편에 보면 빛바랜 영화에 빠져 거기서 헤어나오질 못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소위 말하는 이세계류의 애니메이션이 끝없어 등장하고 또 어느 곳에서는 히어로류의 영화가 끝도 없이 쏟아지고, 하지만 현실은 괴리되어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아니라 우리들의 일그러진 현실일 것이다.  

이 괴리된 현실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재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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