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

아무도 얘기하지 않은 얘기 하나 - 지하철 결혼

황새울 2006. 7. 5. 19:44


얼마전에 떠들썩했던 얘기가 하나 있었다.
지하철 결혼이라고.
가난한 두 청춘남녀는 고아이며 또한 결혼할 돈이 없어서
단지 결혼 반지 하나로 지하철내에서 결혼을 올린 일이었다.
그 일이 어느 누구로 인해 인터넷에 동영상이 올라오면서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다 그 일이 어느 대학의 연극동아리의 연극이었음이 밝혀졌다.
그리고 그 일은 사건이 되어버렸다.
연극이라고 밝혀지기 전과 후는 극과 극의 말들이 난무하기 시작한다.

어떻게 보면 별 일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별 일이 되어버린
이 연극.
사람들은 하나 간과하는게 있다.
아니 아무도 얘기하지 않은 게 있다.
그 일이 연극 즉 연극이라고 말하지 않음으로 인해 속았다는 것만 얘기한다.
하지만
우린 그 연극을 통해
하나의 사실을 알고 있다.
아직 우리 가슴 한켠에 남아있는 따뜻함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될수록
누군가에게 속는다는 건 바보취급을 받는다.
또한 그 고도화가 급진전할수록
누군가를 속이는게 능수능란해진다.
즉 속지 않는 사람을 속이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그래서 속았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분개한다.
자신이 바보가 된 것 같아서.

하지만 그건 자신이 속은 게 아니다.
자신을 더 잘 알게된 계기였을 뿐.
점점 자본이 고도화되고 포커페이스가 만연할수록
사람들의 본 마음은 점점 아래로 아래로
더 깊은 곳으로 숨어들어간다.
그 깊은 곳까지 자신이 들여다볼 수 없을 정도로

우린 경쟁이라는 단어를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것이라고 쉽사리 배웠다.
하지만 진정한 경쟁은 타인이 아닌 자신과의 경쟁이다.
자신의 마음 속에
아직 따뜻함이 남아있다는 게 너무 아름답지 않는가

그 지하철 내에 승객들이 그 청춘남녀에게 해준 행위들은
사실은 그 청춘남녀에게라기보다
자기 자신에게 해준 행위들이다.
나라면 더 따뜻하게 더 굳건히라는 생각들이 그들에게 전해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얘기들을 아무도 하지 않는다.
단지 속았다는 얘기만 난무하다.
그렇다면 우린 속기 위해 돈을 내면서 영화를 보고
속기 위해 티브이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속기 위해 연극을 보는 것일 뿐인가?

따뜻함은 에너지다.
살아있는 에너지.

아무도 얘기하지 않은 얘기 하나
긁적거려본다.



 

 

 

 

2006/02/26 02: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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